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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폐업 십佬가 메뉴 원가까지 계산해버린 썰

2023년 3월, 내가 마지막으로 출입한 그 가게

2023년 봄에 홍대 연남동 쪽에 있던 일본식 퓨전 바가 문을 닫았거든. 나는 거기 단골이었고, 사장이랑 꽤 친해져서 부엌 뒤편도 들어가본 적 있어. 그 가게 폐업 소식 듣고 나서부터 나는 습관처럼 폐업하는 가게들의 공통점을 메모하기 시작했어. 지금 노트에 적힌 것만 해도 열세 군데인데, 이걸 정리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 살아남은 곳과 죽은 곳은 메뉴 구성 단계에서 이미 갈라져 있었다는 거야.

죽은 가게들의 공통 계산 오류

메뉴 원가를 직접 떼 보니까 놀라운 패턴이 나왔어. 폐업한 열세 군데 중 열한 군데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예를 들어 2023년 1월 문을 닫은 이탈리안 브런치 카페의 경우, 뇨끼 한 접시에 들어가는 농축 육수 비용만 해도 1,800원인데 팔리는 가격이 12,000원이었어. 겉으로는 62% 마진처럼 보이지? 근데 여기서 인건비, 임대, 기타 고정비까지 나누면 실제 남는 건 접시당 400원 미만이었어. 문제는 이 가게 사장이 "100원이라도 남으면 장사"라는 논리로 메뉴를 무려 47개나 늘렸다는 거야. 재료 폐기율이 30%를 넘어서면서 원가 계산 자체가 무의미해졌지.

반대로 살아남은 곳은 달라. 예를 들어 연남동에서 여전히 장사하는 모듬사시미 전문점은 메뉴를 여덟 개로 통일했고, 그중 세 개가 전체 매출의 72%를 잡아먹어. 이 구조는 직원 트레이닝 시간을 줄이고, 재고 로스를 최소화하며, 손님이 결정을 빠르게 내리게 만드는 구조야. 사장이 직접 도매시장에서 원물을 확보하니까 원가율도 28%로 유지 가능했고.

유흥 트렌드가 만든 착각

여기서 빠뜨릴 수 없는 변수가 있어. 2023년 하반기에 본격화된 유흥 트렌드 변화. 홍대 상권 특성상 밤 시간대 매출 비중이 상당한데, 주류 라이선스 없는 일반 음식점들이 "감성 술집" 콘셉트로 끼어들면서 야간 매출 경쟁이 격화됐거든. 근데 이 유흥 트렌드를 따라한 가게들 상당수가 공통적인 함정에 빠졌어. 바로 주류 유통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리큐어 비용을 책정했다는 거야. 베이스 칵테일 한 잔에 쓰는 수입 리큐어가 60~80ml 들어가는데, 병당 35,000~42,000원 선인 제품을 13,000원에 팔면서 "사람 모이게 하는 술"이라고 포장했어. 월 말에 세금 빼고 나면 적자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 사장이 부지기수였지.

살아남은 곳의 차별화 포인트

실제로 2024년 초까지 버틴 홍대 가게들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어. 먼저, 메뉴 리빌딩을 적어도 두 번 이상 했다는 점. 2023년 2분기에 한 차례, 4분기에 또 한 번. 계절 재료 기반으로 소규모 리뉴얼을 반복하면서 원가 구조를 계속 손봤거든. 둘째, 단골 관리 비용을 실질적으로 투자한 곳이 살아남았어. 무작정 할인을 한 게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특정 메뉴를 콕 집어 리워드를 주는 구조. 이건 고객 리텐션 비용을 계산해본 사장만 가능한 선택이야.

그래서 결국 홍대에서 살아남은 가게들의 핵심은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니었어. 메뉴 한 개의 원가가 800원인지 1,200원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 기준 위에서 가격을 설정하며,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냉정한 태도였지.

마지막 기록

지금도 나는 폐업한 그 퓨전 바 자리에 새로 들어온 태국 음식점 메뉴 원가를 계산하고 있어. 라ṁ 파브 원재료비가 2023년 대비 약 14% 올랐다는 걸 확인했고, 이 가게 사장이 그걸 인지하고 있는지가 궁금해. 어쩌면 이 노트에 열네 번째 기록이 추가될 수도 있어. 근데 난 진짜로 이 가게가 잘 되었으면 좋겠거든. 적어도 한 군데는 남아줘야 내가 좋아하는 이 골목이 살아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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