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홍대입구역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있던 A가게 사장이 권리금 2억 원을 받고 나갔다. 같은 달 같은 골목 B가게 사장은 권리금 3천만 원에 급매해야 했다. 둘 다 20평대 커피&주류 복합매장이었다. 같은 해, 같은 상권.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말해주는 것
임대차 계약서는 보통 2~3장짜리 용지다. 근데 그 안에 들어있는 '임대료 인상 조건'과 '영업시간 제한 조항'이 폐업을 결정짓는 경우가 2023년 홍대에서 유독 많았다. A가게 사장은 계약 당시 임대료가 5년간 연 2% 인상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B가게는 '시가에 맞춰 재협상'이라는 모호한 문구가 박혀 있었다. 2023년 홍대 상권 임대료가 전년 대비 15~20% 뛰어오른 시점에서, 이 차이는 치명적이었다.
실거래 내역서를 보면 더 놀라운 부분이 나온다. A가게는 2019년 계약 체결 시점에 중개사가 '상권 활성화 패널티 조항'까지 넣어뒀다. 주변 폐업 매장이 3개 이상 늘어나면 임대료를 10% 감면받는 내용이었다. 말도 안 되는 조항처럼 보이지만, 2023년 1분기 홍대 서교동 일대에서 실제로 4개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이 조항이 발동됐다.
살아남은 곳들의 차별화는 '유흥 트렌드'와 직결된다
여기서 핵심을 짚어야 한다. 2023년 홍대 상권의 유흥 트렌드는 'late night culture'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오후 6시~10시 타깃 매장은 폐업 속도가 빨랐고, 밤 10시 이후 영업 모델은 오히려 매출이 올랐다. 위키백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 마케팅 정의 자체가 소비자의 '언제'에 맞춰 진화하는데, 홍대에서는 그 시간대가 밤으로 쏠린 거다.
살아남은 매장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유흥 트렌드에 맞춰 밤 11시 이후 '세컨드 타임' 프로모션을 도입했고, 주류 메뉴 비중을 전체 매출의 5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폐업한 매장들은 오후 커피 세트에만 집착하며 저녁 8시면 문을 닫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권리금 시장이 말하는 실체
2023년 홍대 권리금 시장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위치=가치'라는 공식이었다. 홍대 메인스트reet에서 100m만 벗어나도 권리금 격차가 1.5억~2억 원까지 벌어졌고, 을지로 비즈니스클럽 같은 곳에서 실제 거래 사례를 보면 같은 평수 대비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케이스도 확인된다.
문제는 이 모든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개사마다 제공하는 실거래 내역서 형식이 제각각이고, 어떤 곳은 '간접비용' 항목에 복도 관리비까지 끼워넣어 권리금을 부풀리기도 한다. 직접 계약서를 비교해보지 않으면 2억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구조다.
적용하기 전에 꼭 물어볼 것
실제로 이 글을 읽고 판단하실 분들을 위해 꼭 짚고 넘어가겠다. 홍대 상권에서 매장을 열거나 권리금을 받고 빠질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계약서상 '임대료 재협상 조건'이 '시가'인지 '고정율'인지 확인하라. 둘째, 해당 매장의 최근 6개월 매출이 '유흥 트렌드'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는지 확인하라. 셋째, 권리금 산정 기준이 인근 실거래 기반인지, 아니면 중개사의 '경험치'인지 반드시 물어보라.
이 세 가지를 그냥 지나쳤다간, 나도 모르게 B가게 사장처럼 3천만 원에 급매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2023년 홍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2024년에도 같은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