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돌아가기

형이 2023년 홍대 폐업 가게 사장들한테 원가 물어본 썰 — 단골의 배신

2022년 12월 말, 홍대 뒷골목에서 4년째 운영하던 술집 사장님이 털어놓은 말이 아직도귓가에 맴돕니다. "올해부터 장사가 안된다." 그때만 해도 그냥 예의상 한 말인 줄 알았는데, 1년 뒤 그 가게는 문을 닫았어요.

사장은 인건비를 최소로 줄이느라 주 6일을 혼자서 버텼습니다. 월세 800만원, 관리비 120만원, 식재료비는 매출의 28~35% 수준. 월 매출 2500만원 이상은 나와야 본전이었습니다. 대출 이자는 그 위에 얹어지는 거고요.

그날 이후로 형은 메뉴판만 보면 자동으로 원가를 역산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육포 안주는 원가 600원, 만원에 팔면 마진율 94%. 치킨은 3500원 원가에 2만원에 팔면 82.5%. 하이볼은 소주+탄산수 800원에 7000원. 이 숫자들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면서 "이 가게는 왜 망했을까"를 분석하는 게 취미가 된 거죠. 지금 생각하면 좀 병적이긴 합니다 ^^;

2023년 죽어간 홍대 가게들의 세 가지 원인

하나,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킨 곳입니다. 대출로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꾸미고 1~2년 안에 갚으려 했는데, 예상 매출의 60%만 나와도 이자 비용이 고정비에 추가돼서 빠르게 빠져나갔어요. 특히 2022년 하반기에 리모델링한 곳들이 2023년 봄에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둘, 식재료 공급망 문제를 해결 못한 곳. 해산물을 취급하던 스시바 3곳이 연이어 폐업했는데, 원가가 30% 이상 뛰어도 메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빠지고, 안 올리면 적자. 이 딜레마를 못 넘긴 거죠.

셋, 차별화 요소가 없던 곳. "감성 술집"이나 "인테리어 맛집" 같은 추상적 컨셉은 2023년에 통하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곳들의 공통 전략

반면 살아남은 곳들을 관찰하면, 몇 가지 뚜렷한 패턴이 보입니다.

부채 없이 시작한 곳들이 압도적으로 버텼습니다. 월 800만원 고정비에 대출 이자 150만원이 붙으면, 월 2600만원 이상 매출이 아니면 마이너스로 들어가거든요.

活下去 한 곳들의 핵심 차별화는 "한 곳에서 밤을 다 보내는" 구조였습니다. 음식+술+노래방이나 음식+술+보드게임 같은 조합. 유흥 트렌드 자체가 "장소 이동 없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노래방 얘기가 나오는데, 위키백과 기준으로 한국 노래방은 1970년대 등장 후 지속적으로 진화 중입니다. 2023년 홍대에서 특히 살아남은 곳들이 "주류+노래방" 결합을 자연스럽게 도입한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유흥 트렌드의 핵심 축이 단순 음주에서 '경험 종합체'로 넘어간 거죠.

이 이야기는 리얼 후기도 참고하면 더 생생하게 느껴질 겁니다.

형이 정리한 판단 기준

원가율 30% 이하, 월 고정비 대비 매출 비율 3배 이상, 대출 의존도 20% 이하.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곳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날 사장님이 했던 말, 지금에서야 이해합니다. "원가 모르고 장사하면 1년 만에 거지 된다." 그 말의 무게를 형은 메뉴판 가격을 보며 매일 되새기고 있어요.

논현 비즈니스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