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홍대 상수동 골목 하나에서 권리금 2억 원을 정리하고 나간 칵테일바가 있었어요. 저는 그 건물주 측 임대차 자문을 맡았던 사람인데요, 계약 해지 서류에 서명하는 날 그 사장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권리금 2억이면 이미 지표가 보였던 것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칵테일바 권리금이 2억까지 올라간 것 자체가 2022년 하반기 유흥 트렌드 상권 버블의 정점이었어요. 연 매출 대비 권리금 배율이 3.2배를 찍은 시점이었으니까요. 계산해 보시면 월 평균 매출 500만 원인데 권리금만 2억이면 40개월치를 먼저 투자하는 꼴이잖아요. 이런 구조면 보통 14~18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하는데, 2023년 초반 수인분당선 연장 효과가 오히려 골목 상권엔 역풍으로 작용했거든요.
살아남은 곳들의 공통 분모
제가 2023 한 해 동안 홍대 인근 임대차 자문을 27건 진행했는데요, 폐업으로 귀결된 14건과 계약 갱신에 성공한 13건을 비교 분석해 보면 재미있는 패턴이 나옵니다. 살아남은 곳들은 공통적으로 '유흥 트렌드'라는 단어에 함몰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연남동 227번지 근처 위스키 바 하나는 2023년 5월에 리모델링 비용 3,800만 원을 단행했는데, 이게 오히려 생존 결정타가 됐죠.
방문객 유형 데이터를 직접 집계해 본 건 아니지만, 업주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월별 매출 리포트를 보면 이 바는 2023년 8월 기준 주중 매출 비중이 전체의 62%를 차지했어요. 홍대 상권 유흥 특성상 금·토 쏠림이 65~70%인데, 그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죠.
핵심은 '접근'이 아니라 '체류 시간'
2023년 홍대에서 폐업한 업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접근성'에만 투자했어요. 메인 도로변 인테리어에 1억 이상 쓰고 SNS 마케팅에 월 200만 원씩 태웠는데, 정작 '한 번 온 손님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가'에 대한 고민은 없었거든요.
반대로 성공 사례인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뒤편 노래방은 2023년 4월에 기기 업그레이드를 단행했어요. 위키백과 노래방 역사에 보면 국내 노래방이 1970년대 중반에 처음 등장했는데, 50년 넘게 변하지 않는 기본 구조가 있잖아요. 그 노래방은 이 고전적 구조를 오히려 활용해서 '대형 룸 + 음향 특화'로 방향을 잡았고, 이건 압구정 룸싸롱 쪽에서도 이미 검증된 모델링 방식이었죠.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권리금 2억 받고 나간 칵테일바 사장님은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실 2022년 겨울에 이미 느낌이 왔는데, 조금만 더 버티면 봄이 올 줄 알았지." 2023년 홍대 상권에서 '버티기'라는 단어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었는지, 몸소 보여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